
1945년 8월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 소련 붉은 군대의 공세에 직면했던 일본 헌병들이 약 24명의 무고한 한국인을 사살한 뒤 흔적을 없애기 위해 시체를 불태웠다는 공식 기록이 30일(모스크바 현지시간) 기밀해제 돼 세간에 알려졌다.
사할린 지역 ‘승리 박물관’에 비치할 사료로 활용되도록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지자체에 양도한 기밀해제문서에 실린 내용인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과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9월2일 일반에 전시될 예정이다.
30일 <스푸트니크>가 입수한 FSB의 기밀해제 문서에는 1946년 7월16일 소련군 방첩부가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실시한 쿠니모토 도후쿠에 대한 사실 심문 관찰기록 사본이 포함돼 있다. 도후쿠는 카라후토현 가미시쿠카 마을(현 사할린주 포로나이 도시구 레오니도보 마을)에서 일본 헌병에 의한 조선인 처형을 목격했다.
도후쿠는 “가미시쿠카시 경찰에 체포된 조선인 18명이 총살됐고, 처형 직후 경찰서 건물에 불이 나 살해된 조선인의 시신이 그곳에 안치됐다”고 진술했다.
1945년 8월15일 탄광 마을 가미시쿠쿠 근처에서 소련의 남사할린 공세 작전의 일환으로 붉은군대와 일본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수세에 몰려 분노한 일본 헌병들은 이틀 뒤인 17일 조선인 18명을 붙잡아 가미시쿠키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들은 소련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다음날 재판이나 조사도 없이 총살됐다. 처형 사실과 이 비극이 발생한 장소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고, 1992년이 돼서야 사할린 한인대표들이 처형 장소를 찾아내 기념비를 세웠다.
한편 이에 앞서 <스푸트니크>가 공개한 또 다른 비밀해제 문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소련 및 기타 국가와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세균 무기를 개발했고, 중국인과 소련 시민을 대상으로 끔찍한 비인간적 실험을 자행했다.
이 문서는 9월초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열리는 ‘진혼곡(Requiem)’이라는 명칭의 전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