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한러 외교 공박, 10월 되면 더 격화
한-중 관계도 위험
한-러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대사를 맞추방하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우리 외교부는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을 문제 삼아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러시아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문제 삼아 주러한국 대사에게 항의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러시아가 우리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이후 한러 관계가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편한 언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없었다.
흔치 않은 한러 외교 공박, 10월 되면 더 격화
9월 19일 우리 외교부는 러시아 대사를 불러(초치) “러-북 간 무기 거래와 군사협력 문제 논의”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드론 6대와 방탄복 등을 북에 선물했고, 군사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러시아 대사관은 “미국과 한국 언론에 의해 증폭되는 해당 주제에 대한 추측성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자, 러시아 정부는 9월 22일 주러한국 대사에게 “러시아와 한국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한러시아 대사관은 9월 21일 윤석열의 연설이 “미국 정부가 발의하고 미국과 한국 언론이 뒤쫓은 러북 협력 폄훼 선전전에 가세한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가에서 초치와 항의는 늘상 있는 일이다. 그러나 큰 시차를 두지 않고 벌어지는 두 나라 사이의 외교 공박은 흔치 않다. 누가 보아도 불길한 징조이다.
10월이 되면 불길함은 더 커진다. 러시아 외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이 방북하기 때문이다. 10월부터 북러 정상이 합의한 것을 이행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시각에서 보자면 북-러 경제 협력은 결국 북의 ‘핵 도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대북 제재 무력화 시도로 해석하지 않겠는가. 현재의 패턴과 속도로 보면 10월과 11월 주한러시아 대사를 추방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중 관계도 위험
더 큰 문제가 있다. 현재의 악화하는 한-러 관계는 미래의 한-중 관계를 암시한다. 북-중 관계 역시 강화될 조짐이 뚜렷하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이 그랬던 것처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 ‘항의 외교’를 진행할 것이다.
그래서 최근 거론되는 한중 정상회담이 어색하다.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 방문’을 거론했다고 우리 정부가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발표에는 ‘방한’ 내용이 빠졌다.
오히려 중국 관영통신은 시진핑이 한덕수 총리에게 “중한 관계 중시 입장을 한국 정부의 정책과 행동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과연 시진핑은 ‘한국 방문’을 약속했을까.
계절은 풍성한 한가위를 향해 가지만, 윤석열 정부는 궁핍한 외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