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고갈···대안 없는 제3자 변제
물컵 반 잔은 언제 채워지나?
'한국은 민주주의가 지나치다'

‘굴욕외교’
윤석열 정부의 주홍글씨다. 그 한 가운데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있다. 종로와 강남을에서 내리 4선을 한 그가 이번에는 서대문을에서 다시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부장관인 박진 후보는 정부의 친일기조에서 ‘강제동원 배상 제3자변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박 후보가 당시 이야기했던 물컵의 반 잔은 채워질 기미도 안 보인다. 이에 더해 변제기금도 고갈 나 ‘제3자 변제안’의 지속 가능성도 문제가 제기된다.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물컵의 반’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정부가 제3자변제안을 내놓은 지도 1년이 지났다.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행동대장 격으로 나선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정상회담이 7번이나 진행된 지금까지 물컵의 반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8년, 2019년 대법원은 두 번에 걸쳐 강제징용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박진의 외교부였다. 일본이 진상 어린 사과와 배상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부는 민법상의 ‘제3자 변제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안에는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빠졌다.
그 결과 12년 만에 한일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미일 협력도 강화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은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호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재단의 기금도 고갈되고 있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차 소송 당사자 15명 중 11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를 거부한 양금덕 할머니 외 3명에 대해서는 공탁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이 확보한 기금은 41억 6천만 원. 이 중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 25억 원, 공탁기금은 12억 원이다. 남은 금액은 4억 원인데 지난해 말 강제동원 사건 피해자 52명이 추가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박진 전 장관이 내놓은 ‘제3자변제안’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지나치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후보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한 말이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08년 6월 18일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제임스 신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전문에는 박 후보가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대에 대해 “민주주의 운동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하며 “한국은 너무 많은 민주주의(too much democracy)를 가졌다”고 발언한 것이 드러났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박 후보의 발언은 이런 국민의 기본권은 부정하는 발언이며, 국민을 통제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그의 속내가 드러난 발언이었다.
이런 박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어쩌면 적격이었을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친일’을 강조했다. 일본을 ‘이웃’, ‘파트너’라고 표현하면서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런 정부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하며 대다수 국민이 반대한 ‘제3자변제안’까지 만들어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려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다시 국회에 입성하려 서대문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적어도 장관 시절 본인이 말했던 물컵의 반잔은 채워놓고 가는 것이 맞다는 비판이 나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